마흔둘의 김 대리는 스스로 꽤 잘 챙겨 먹는다고 생각했다. 아침은 커피 한 잔, 점심은 회사 근처 김밥이나 국수 한 그릇, 대신 저녁에는 삼겹살이나 닭가슴살을 푸짐하게 먹는다. 하루 총량으로 보면 단백질이 부족할 리 없어 보였다. 그런데도 반 년 넘게 다닌 헬스장에서 몸은 좀처럼 변하지 않았고, 오후 세 시만 되면 허기와 졸음이 함께 몰려왔다.
문제는 총량이 아니라 분배였다. 우리 몸은 단백질을 지방처럼 창고에 쌓아두었다가 나중에 꺼내 쓰지 못한다. 오늘 아침 굶은 몫을 저녁에 몰아서 갚는 방식이 잘 통하지 않는 이유다.
단백질에는 저금통이 없다
탄수화물은 글리코겐으로, 남는 열량은 체지방으로 저장된다. 그런데 단백질은 사정이 다르다. 몸속 단백질은 대부분 근육·효소·호르몬·면역세포처럼 이미 '쓰이고 있는' 형태로 존재한다. 여분을 따로 모아두는 전용 저장고가 없다.
그래서 한 번에 아주 많은 양을 먹으면 그중 일부만 새 조직을 만드는 데 쓰이고, 나머지는 아미노산이 분해되어 에너지원으로 쓰이거나 질소 형태로 배출된다. 낭비까지는 아니지만, 근육을 지키는 목적만 놓고 보면 효율이 떨어지는 셈이다.
몸은 단백질을 '쌓아두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쓰는' 재료로 다룬다.
반대로 여러 시간 단백질이 거의 들어오지 않으면 몸은 필요한 아미노산을 어디선가 조달해야 한다. 가장 만만한 창고가 바로 근육이다. 아침을 거르고 점심도 탄수화물 위주로 먹는 날이 반복되면, 저녁에 아무리 잘 먹어도 낮 동안 야금야금 빠져나간 몫을 온전히 되돌리기 어렵다.
하루 총량보다 '한 끼 하한선'
영양 관련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짚는 지점은 한 끼당 일정 수준 이상이 들어와야 몸이 '새로 만들자'는 신호를 켠다는 것이다. 그 문턱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한 끼 20~30g 정도를 기준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수록 같은 자극에 반응하는 정도가 둔해지므로, 중장년층은 조금 더 넉넉히 잡으라는 조언도 흔하다.
성인의 하루 권장 섭취량은 보통 체중 1kg당 0.8~1.2g 수준으로 안내된다. 체중 65kg인 사람이라면 하루 약 52~78g. 이를 세 끼로 나누면 한 끼 20g 안팎이 된다. 숫자만 보면 막막하지만, 실제 음식으로 환산하면 생각보다 손에 잡힌다.
| 음식 | 대략적인 양 | 단백질(g) |
|---|---|---|
| 달걀 | 1개 | 약 6 |
| 두부 | 반 모(150g) | 약 12 |
| 닭가슴살 | 100g | 약 23 |
| 그릭요거트 | 100g | 약 9 |
| 검은콩 | 밥에 한 숟갈 | 약 3 |
| 우유 | 200mL | 약 6 |
※ 제품·조리법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작성 시점 기준의 일반적인 수치다.
아침이 가장 비어 있다
한국인의 식사 패턴을 보면 저녁이 가장 무겁고 아침이 가장 가볍다. 그런데 아침은 밤사이 열 시간 넘게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은 직후의 끼니다. 하필 몸이 가장 재료를 필요로 하는 시간에 커피 한 잔만 들어가는 셈이다.
거창한 아침상을 차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늘 먹던 토스트에 달걀 하나를 얹거나, 시리얼을 우유에 말면서 요거트를 한 컵 곁들이는 정도로도 0g에서 10~15g으로는 올라간다. 밥을 먹는다면 흰쌀 대신 검은콩이나 렌틸콩을 조금 섞고, 국은 된장국이나 순두부처럼 콩이 들어간 쪽을 고르는 식이다.
점심도 마찬가지다. 국수 한 그릇 대신 제육덮밥이나 순두부찌개 백반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한 끼 단백질은 훌쩍 올라간다. 편의점이라면 삼각김밥 두 개보다 삼각김밥 하나에 삶은 달걀이나 닭가슴살, 우유를 붙이는 조합이 낫다.
'단백질' 딱지가 붙었다고 다 같지 않다
요즘 마트에는 단백질 표기를 크게 붙인 음료와 과자가 넘친다. 편할 때 쓰기 좋은 선택지인 것은 맞지만, 뒷면의 영양성분표를 한 번은 볼 필요가 있다. 단백질 10g과 함께 당류가 15g 넘게 들어 있는 제품도 드물지 않다.
식품으로 먼저 채우고, 도저히 어려운 끼니만 보조식품으로 메우는 순서가 무난하다. 고기·생선·달걀·콩·유제품을 골고루 쓰면 아미노산 구성이 자연히 다양해지고, 식이섬유나 칼슘 같은 다른 영양소도 함께 따라온다.
무작정 늘리기 전에 확인할 것
단백질을 늘리는 게 모두에게 똑같이 좋은 것은 아니다. 신장 기능이 떨어져 있거나 통풍, 특정 대사질환을 앓고 있다면 섭취량을 스스로 조절하는 것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진료를 보는 의료진과 상의해 자신에게 맞는 범위를 정해야 한다.
건강한 성인이라도 갑자기 양을 크게 늘리면 속이 더부룩하거나 변비가 생기기 쉽다. 물을 충분히 마시고, 채소와 통곡물로 식이섬유를 함께 챙기면서 몇 주에 걸쳐 서서히 올리는 편이 몸에 부담이 적다.
오늘 아침 한 끼부터
정리하면 이렇다. 단백질은 저장되지 않으니 하루 총량을 채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세 끼에 고르게 나누는 편이 유리하다. 특히 가장 비어 있기 쉬운 아침에 10g만 더해도 하루의 균형은 꽤 달라진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는 지병이 없는 성인 기준이며, 몸에 문제가 있다면 숫자보다 전문가의 판단이 먼저다.
식단을 전부 뜯어고칠 필요는 없다. 내일 아침 냉장고에서 달걀 하나를 꺼내는 것, 딱 그만큼이면 시작으로 충분하다. 오래 가는 변화는 대개 그렇게 작고 시시하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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