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영화·음악·방송과 축구·야구·골프 등 스포츠의 요즘 흐름을 작품·경기·산업 중심으로. 볼거리와 관전 포인트를 정보형으로 안전하게 전합니다.
주말 밤, 리모컨을 들었다가 그대로 내려놓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거 16부작이네" 하는 순간 마음이 살짝 무거워진다. 두 시간짜리 영화는 가볍게 시작하면서도, 정작 몇 년째 예능만 돌려보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드라마의 '길이'와 '끝맺음' 방식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한 번에 딱 끝나던 이야기가 "다음 시즌에서 계속"이...
농구 중계를 처음 켜면 숫자가 정신없이 바뀌고, 사람들은 코트를 쉴 새 없이 오간다. 공은 링을 향해 날아가고, 어느 순간 점수판이 2점씩, 때로는 3점씩 뛴다. 규칙을 모르면 "왜 갑자기 저기서 멈추지?", "방금 그건 왜 반칙이야?" 하는 물음표만 쌓인다. 그런데 몇 가지 뼈대만 잡으면 농구는 스포츠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빠져드는 종목이다. 경기가 짧게...
며칠 전, 멕시코의 한 방송사가 발표한 신작 예능 라인업을 보다 낯선 익숙함에 눈이 멈췄다. 한적한 해외 소도시에 작은 식당을 차리고 현지 손님에게 한 끼를 내주는 포맷. 이름도 배우도 전혀 다른데, 화면의 짜임새는 어디서 많이 본 그것이었다. 우리가 몇 해 전 즐겨 보던 프로그램의 '골격'이 지구 반대편에서 다시 세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한국 예능은...
주말 저녁,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테니스 중계에 멈춘 적이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이 코트 양쪽에서 공을 주고받는데, 화면 구석의 숫자는 15에서 30으로, 다시 40으로 튀더니 갑자기 처음으로 돌아간다. 해설자는 "듀스"라고 외치고 관중은 환호하는데, 정작 나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른 채 멍하니 보고 있다. 그러다 이내 채널을 돌려버린다. 사실 테니스는...
친구와 같은 영화를 보고 나왔는데, 대화가 이상하게 어긋난 적이 있으신가요. 나는 "그냥 좀 슬펐어" 정도로 끝나는데, 친구는 "그 장면에서 카메라가 인물 뒤로 물러나는 순간 마음이 무너졌다"고 말합니다. 같은 두 시간을 앉아 있었는데, 가지고 나온 것의 양이 다릅니다. 영화는 사실 하나의 언어입니다. 대사만 언어인 게 아니라, 화면을 어떻게 나누고, 카메...
퇴근길 지하철, 습관처럼 음악 앱을 켜고 '나를 위한 추천' 재생 버튼을 누른다.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온다. 나쁘지 않다. 그런데 한 정거장, 두 정거장을 지나도 어딘가 비슷비슷한 곡들이 이어진다. 분명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왜인지 마음이 심심하다. 좋아하는 것만 계속 듣다 보니, 좋아할 수도 있었던 것을 만날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음악을 듣는 방식은 지난...
경기가 끝나고 파란 조명이 무대를 덮으면, 선수들은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 관중석은 함성으로 가득 차고, 중계 화면에는 동시 시청자 수십만이 찍힌다. 그 장면만 보면 이 산업은 이미 거대한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정작 그 팀을 운영하는 회사의 결산서를 열어 보면, 적자라는 두 글자가 적혀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e스포츠 팀 운영자가 인터뷰...
친구가 "뮤지컬 한 번 보러 가자"고 했을 때, 솔직히 조금 망설였습니다. 티켓값도 부담이고, 무엇보다 '가서 졸면 어쩌지', '박수는 언제 쳐야 하지' 같은 걱정이 앞섰거든요. 그런데 막이 오르고 배우가 첫 넘버를 부르는 순간, 그 모든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목소리와 조명이 만드는 공기는 화면으로는 절대 담기지 않는 것이었으니까요....
퇴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세로로 든 채 엄지손가락만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을 보신 적 있을 겁니다. 열에 셋은 웹툰을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세로 스크롤 안의 이야기가, 몇 년 뒤에는 안방의 TV 화면과 극장 스크린으로 옮겨 앉습니다. 요즘 화제가 된 드라마의 엔딩 크레딧을 유심히 보면 십중팔구 ==「원작: 동명의 웹툰」==이라는 자막이 붙어 있죠....
지난 주말, 친구네 집에 모여 야구를 보기로 했다. 그런데 TV를 켜고 채널을 아무리 돌려도 경기가 나오지 않았다. "그거 이제 TV에서 안 해." 한 친구가 휴대폰을 꺼내 앱을 켜고, 계정을 로그인하고, 화면을 TV에 미러링하기까지 십 분이 걸렸다. 그사이 1회는 이미 끝나 있었다. 리모컨만 누르면 스포츠가 나오던 시대가 조용히 저물고 있다. 경기는 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