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끝나고 파란 조명이 무대를 덮으면, 선수들은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 관중석은 함성으로 가득 차고, 중계 화면에는 동시 시청자 수십만이 찍힌다. 그 장면만 보면 이 산업은 이미 거대한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정작 그 팀을 운영하는 회사의 결산서를 열어 보면, 적자라는 두 글자가 적혀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e스포츠 팀 운영자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상상해 보자. "우리가 우승했을 때가 가장 바빴고, 가장 돈이 많이 나갔습니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이 산업의 구조를 꽤 정확히 짚는 말이다. 오늘은 관전 가이드가 아니라, 무대 뒤의 회계 장부 쪽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상금은 생각보다 큰 수입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e스포츠 팀의 수입원 하면 상금을 먼저 떠올린다. 국제 대회 우승 상금이 수십억 원대로 보도되니 자연스러운 오해다. 하지만 실제로 상금이 팀 연간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작다.

이유는 단순하다. 상금은 불확실하고, 나눠지고, 매년 반복되지 않는다. 대회에서 우승해야 받고, 받은 뒤에도 선수·코치진과 배분한다. 반면 팀이 매달 지출해야 하는 연봉, 숙소, 코칭 스태프, 콘텐츠 제작 인력은 성적과 무관하게 고정적으로 나간다. 수입은 들쭉날쭉한데 지출은 일정하다면, 그 사업은 상금을 중심으로 설계될 수 없다.

이런 인식은 리그 운영 방식에도 반영되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는 2026년부터 글로벌 수익 풀(GRP)이 적용되는 지역에서 지역 리그 스플릿 상금을 없애고, 그 재원을 다른 방식으로 팀에 배분하겠다고 밝혔다. 국제 대회 상금은 유지되지만, 지역 리그의 '상금'이라는 형태는 축소되는 흐름이다.

상금은 스포트라이트를 만들지만, 팀을 먹여 살리는 건 다른 곳에서 온다.

그렇다면 돈은 어디서 오는가 — 스폰서십이라는 기둥

현재 e스포츠 팀 수입의 가장 큰 축은 스폰서십이다. 한 시장 조사에 따르면 국내 e스포츠 시장 매출에서 스폰서십이 차지하는 비중은 6할 안팎으로 추정된다. 유니폼에 붙는 로고, 경기 중계 중 노출되는 브랜드, 팀 콘텐츠에 등장하는 제품 협업이 모두 여기에 들어간다.

스폰서 입장에서 e스포츠는 매력적인 창구다. 시청자층이 젊고, 온라인 채널에 익숙하며, 팀과 선수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전통 스포츠 광고로는 닿기 어려운 20대 남녀에게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노출할 수 있다.

다만 이 구조에는 약점이 있다. 수입의 절반 이상이 한 종류에 몰려 있다는 것은, 경기 침체로 기업 마케팅 예산이 줄면 팀 살림이 곧바로 흔들린다는 뜻이다. 실제로 광고 시장이 위축된 시기에 여러 팀이 규모를 줄이거나 종목을 접었던 사례가 반복돼 왔다. 그래서 팀들은 오래전부터 "스폰서 말고 다른 기둥"을 찾아 왔다.

승강제 폐지와 프랜차이즈 — 사업을 가능하게 만든 제도 변화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프랜차이즈 모델이다. 프랜차이즈란 리그가 정해진 수의 팀에게 참가 자격을 부여하고, 성적에 따른 강등을 없애는 방식이다. LCK도 이 모델을 도입하며 승강제를 폐지했다.

강등이 사라지는 게 왜 돈 문제와 연결될까. 투자자와 스폰서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명확하다. 2부 리그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팀에는 장기 계약을 걸기 어렵다. 내년에 그 팀이 무대에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니폼을 제작하고, 굿즈를 기획하고, 팬 행사를 준비하는 모든 계획이 성적이라는 변수에 인질로 잡힌다.

강등 위험이 사라지면 팀은 비로소 다년 계약, 굿즈 라인업, 자체 콘텐츠 채널, 팬 커뮤니티 운영 같은 중장기 사업을 설계할 수 있다. 실제로 프랜차이즈 이후 각 팀은 자체 유튜브 채널, 선수 개인 방송, 팝업 스토어, 협업 상품 등으로 수입원을 넓혀 왔다. 리그 차원의 수익 배분 구조도 정교해져서, 리그가 벌어들인 수익을 균등 배분·성적 배분·팬덤 기여 배분 같은 여러 갈래로 나누는 방식이 논의·적용되고 있다.

특히 팬덤에 대한 기여를 배분 기준에 넣는다는 발상은 흥미롭다. 성적이 좋지 않아도 팬을 잘 모으고 브랜드를 잘 키운 팀이 보상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스포츠라기보다 콘텐츠 산업에 가까운 방향이라 볼 수 있다.

지출 쪽 이야기 — 연봉이라는 무거운 변수

수입만 봐서는 절반만 본 것이다. e스포츠 팀 지출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건 선수 연봉이다. 상위권 선수의 몸값은 종목과 시기에 따라 크게 오르내리는데, 팀 간 영입 경쟁이 붙으면 시장 전체가 빠르게 과열된다.

문제는 선수 커리어가 짧다는 점이다. 반응 속도와 집중력이 중요한 종목 특성상 20대 중후반이면 은퇴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선수 입장에서는 짧은 전성기에 최대한 보상을 확보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팀 입장에서는 그 비용을 감당하기 벅차다. 양쪽 모두 합리적으로 행동하는데 결과적으로 산업 전체가 힘들어지는, 전형적인 구조적 딜레마다.

그래서 리그마다 샐러리 캡(연봉 총액 상한) 같은 장치를 논의해 왔다. 다만 이 역시 논쟁적이다. 상한을 두면 팀 재정은 안정되지만 선수의 보상 기회는 제한된다. 전통 스포츠에서도 수십 년간 답이 나오지 않은 주제이니, e스포츠라고 쉽게 정리될 리 없다.

또 하나, 최근에는 선수 계약을 대리하는 공인 에이전트 제도 정비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계약 조건이 불투명하게 오가던 시장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로, 산업이 성숙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팬이 만든 수입 — 가장 느리지만 가장 단단한 기둥

전통 스포츠 구단의 수입은 크게 중계권, 스폰서, 티켓·굿즈로 나뉜다. e스포츠는 이 중 티켓과 굿즈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온라인 시청이 기본이라 경기장에 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흐름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결승전을 대형 경기장에서 열고, 팬 페스티벌 형태로 확장하고, 선수 굿즈와 협업 상품을 정식 라인업으로 운영하는 사례가 늘었다. 팬이 직접 지갑을 여는 수입은 규모가 크지 않아도 경기 성적이나 광고 경기와 관계없이 유지된다는 강점이 있다.

결국 e스포츠 팀의 재무 건전성은 "이번 시즌 몇 위를 했는가"보다 "이 팀을 응원하는 사람이 몇 명이고, 그들이 얼마나 오래 남아 있는가"에 달려 있다. 우승은 한 시즌이지만 팬덤은 십 년을 간다.

정리하며

  • 상금은 화제성은 크지만 팀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고, 리그 차원에서도 상금 중심 구조에서 배분 중심 구조로 이동 중이다.
  • 현재 수입의 가장 큰 축은 스폰서십이며, 한쪽에 쏠린 구조라는 위험을 안고 있다.
  • 프랜차이즈와 승강제 폐지는 팀이 중장기 사업을 설계할 수 있게 만든 제도적 전환점이었다.
  • 지출에서는 선수 연봉이 핵심 변수이며, 짧은 커리어와 과열된 시장이 맞물려 구조적 부담을 만든다.
  • 굿즈·현장 관람·콘텐츠 등 팬 기반 수입이 늘어나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건강한 방향이다.

경기를 볼 때 우리는 대체로 화면 속 승부만 본다. 하지만 그 무대가 내년에도 열리려면, 조명 뒤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는 사람들의 고민도 함께 굴러가야 한다. 오늘 응원하는 팀의 굿즈 하나, 경기장 티켓 한 장이 생각보다 무겁게 쓰인다는 이야기다.

다음에 좋아하는 팀의 경기를 볼 때는, 유니폼 가슴에 박힌 로고를 한 번쯤 눈여겨보시길. 그 작은 로고 하나가 선수들이 다음 시즌에도 그 자리에 설 수 있게 하는 조각이니까.

※ 본문의 제도·시장 내용은 작성 시점 기준이며, 리그 운영 방식과 수익 배분 규정은 이후 변경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