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외주 제안이 들어왔을 때의 그 기분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카톡으로 "혹시 이런 작업 가능하실까요?"라는 메시지가 오고, 반가운 마음에 "네, 가능합니다!"라고 답한다. 그런데 정작 금액을 어떻게 부를지, 계약서는 써야 하는지, 세금은 어떻게 떼이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프리랜서가 첫 몇 건을 말로만 진행하다가, 돈을 못 받거나 범위가 무한정 늘어나는 일을 겪고 나서야 서류의 필요성을 깨닫는다.

프리랜서의 견적서와 계약서는 거창한 법률 문서가 아니다. "우리가 무엇을, 얼마에, 언제까지, 어떤 조건으로 한다"를 서로 오해 없이 적어두는 약속일 뿐이다. 이 글은 처음 일을 받는 1인 사업자·부업러가 견적서와 계약서를 어떻게 쓰고, 3.3% 세금과 요즘 뜨거운 '가짜 3.3%' 단속까지 어떻게 챙겨야 하는지 실전 순서로 정리했다.

견적서, 금액만 적는 종이가 아니다

견적서는 단순히 가격표가 아니라 협상의 출발선이다. 여기서 범위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이후 두 달이 편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견적서에는 최소한 네 가지가 들어가야 한다. 작업 항목, 각 항목의 금액, 포함되지 않는 것, 그리고 유효기간이다.

특히 중요한 건 '포함되지 않는 것' 항목이다. 예를 들어 로고 디자인 견적이라면 "시안 3종 제공, 수정 2회 포함"까지만 적고, "3회차 이후 수정은 건당 3만 원"이라고 명시한다. 이 한 줄이 없으면 클라이언트는 열 번을 고쳐달라 해도 무료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이 줄이 있으면, 추가 요청이 왔을 때 "계약서에 이렇게 되어 있어서요"라고 부드럽게 선을 그을 수 있다.

견적서에서 가장 비싼 항목은 가격이 아니라, 적어두지 않은 '범위'다.

금액을 부를 때는 시급 환산을 해보는 습관을 들이자. 예상 작업 시간에 원하는 시급을 곱하고, 수정·소통·세금까지 얹은 뒤 반올림한다. 초보일수록 "이 정도 불러도 될까" 싶어 후려치는데, 너무 싼 견적은 오히려 신뢰를 떨어뜨리고 진상 클라이언트를 부른다는 점을 기억하자.

계약서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조항들

견적서에 합의했다면, 그 내용을 계약서로 옮긴다. 규모가 작아도 계약서는 쓰는 게 맞다. 분쟁은 금액이 클 때가 아니라 관계가 어정쩡할 때 생기기 때문이다. 계약서에 꼭 넣어야 할 핵심 조항은 다음과 같다.

먼저 업무 범위다. "웹사이트 제작"처럼 뭉뚱그리지 말고 "메인 1페이지 + 서브 3페이지, 반응형, 이미지는 클라이언트 제공"처럼 구체적으로 쓴다. 다음은 대금과 지급 시기다. 총액, 계약금·잔금 비율, 지급 계좌, 지급 기한(예: 납품 후 7일 이내)을 못박는다. 착수금 없이 전부 후불로 진행하는 건 초보가 가장 많이 데이는 함정이다.

그리고 일정과 지연 책임, 저작권 귀속 시점(보통 잔금 완납 시 이전), 수정 횟수와 추가 비용, 계약 해지 시 정산 방법을 넣는다. 아래처럼 표로 핵심만 정리해두면 나중에 찾아보기도 쉽다.

조항적어둘 내용(예시)
업무 범위산출물 종류·수량·제외 항목
대금·지급총액, 착수금 30%, 잔금 70%, 납품 후 7일 내
수정2회 포함, 이후 건당 별도
저작권잔금 완납 시 클라이언트에 이전
해지진행분 정산 후 종료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 배포하는 표준계약서 양식을 내려받아 뼈대로 삼고, 내 상황에 맞게 항목만 고쳐 쓰면 처음부터 만들 필요가 없다.

3.3%, 떼이는 게 아니라 미리 내는 것

프리랜서로 대금을 받으면 보통 3.3%가 빠진 금액이 입금된다. 이 3.3%는 소득세 3%와 지방소득세 0.3%를 합한 것으로, 클라이언트가 나 대신 세무서에 원천징수해 납부하는 돈이다. 즉 떼이고 끝나는 게 아니라, 내가 미리 낸 선납 세금이다.

이 금액은 이듬해 5월 종합소득세 신고 때 정산된다. 실제 내야 할 세금보다 미리 낸 3.3%가 많으면 환급을 받고, 적으면 더 낸다. 그래서 프리랜서는 1년간 받은 입금 내역과 경비(장비·소프트웨어·교통비 등) 증빙을 잘 모아두는 것만으로도 환급액이 달라진다. 100만 원짜리 일이면 통장엔 96만 7천 원이 들어온다고 미리 계산해두면, 자금 관리에서 당황할 일이 없다.

한 가지 덧붙이면, 연 매출이 일정 규모를 넘기거나 사업 형태가 갖춰지면 3.3% 프리랜서가 아니라 사업자 등록 후 부가세를 다루는 편이 유리해지는 시점이 온다. 이 판단은 개인 상황마다 다르니, 매출이 늘기 시작하면 세무 전문가에게 한 번쯤 상담을 받아보길 권한다. (세금 기준은 작성 시점 기준이며, 구체적인 사항은 국세청·세무사 확인이 정확하다.)

요즘 조심해야 할 '가짜 3.3%' 문제

2026년에 계약서를 쓸 때 새로 신경 써야 할 대목이 하나 있다. 바로 '가짜 3.3%' 단속이다. 고용노동부는 2025년 하반기부터 실질은 근로자인데 형식만 프리랜서로 계약해 3.3%만 떼는 관행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핵심은 '실질'이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업무 지시를 받고, 그 회사 일만 전속으로 한다면 계약서에 '프리랜서'라고 적혀 있어도 실제로는 근로자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적발되면 회사는 4대보험 소급 추징, 퇴직금·주휴수당 소급 지급, 과태료 등을 떠안게 된다.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진짜 자유로운 외주가 아니라 사실상 직원처럼 묶여 있는 건 아닌지 계약 조건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진짜 프리랜서라면 계약서에 독립성이 드러나게 쓰는 게 좋다. 근무 시간과 장소를 스스로 정한다는 점, 산출물 단위로 대가를 받는다는 점, 다른 일도 병행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면 관계가 명확해진다. 이건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중에 서로 얼굴 붉힐 일을 줄이기 위한 장치다.

처음 한 번만 만들어두면 평생 쓴다

견적서와 계약서는 한 번 틀을 잡아두면 다음부터는 항목만 바꿔 재사용할 수 있다. 오늘 소개한 뼈대 업무 범위, 대금과 지급 시기, 수정 조건, 저작권, 해지 정산만 담아 나만의 양식을 하나 만들어두자. 여기에 3.3%의 원리를 이해하고 입금 내역을 꾸준히 모으면, 5월 종합소득세도 겁나지 않는다.

일을 잘하는 것과 일을 잘 받는 것은 다른 능력이다.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조건을 흐릿하게 남겨두면 결국 손해는 나에게 돌아온다. 처음 몇 건이 조금 번거롭더라도 서류를 챙기는 습관을 들이면, 그 뒤로는 훨씬 단단하고 마음 편한 프리랜서 생활이 기다린다. 오늘 받은 그 제안부터, 말이 아니라 종이로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