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야외 결혼식에 다녀온 지인이 코끝만 빨갛게 익어 돌아왔다. 아침에 분명 선크림을 발랐다는데도 말이다. 문제는 바르지 않은 게 아니라, 바르는 법과 고르는 법을 몰랐다는 데 있었다. 화장대 위 선크림 하나에도 SPF, PA, 자외선A, 자외선B 같은 낯선 표시가 빼곡하다. 오늘은 그 작은 글씨들이 실제로 무엇을 뜻하는지, 내 피부와 생활에 맞는 제품은 어떻게 고르는지 차근차근 정리해 본다.
자외선은 하나가 아니다 — UVA와 UVB
우리가 흔히 '자외선'이라 부르는 빛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UVB는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강해, 짧은 시간에 피부를 붉게 태우고 따갑게 만든다. 해수욕장에서 몇 시간 만에 벌겋게 익는 화상이 바로 UVB의 작품이다.
반면 UVA는 파장이 길어 유리창도 통과하고, 구름 낀 날에도 지표에 도달한다. 당장 따갑지는 않지만 피부 깊숙한 진피층까지 파고들어 탄력을 떨어뜨리고 잔주름과 색소침착을 남긴다. 이른바 '광노화'의 주범이다.
창가 자리에서 일하는 사람도, 흐린 날 잠깐 나서는 사람도 자외선에서 자유롭지 않다.
즉 여름 한낮의 뙤약볕만 조심하면 되는 게 아니라, 사계절 내내 두 종류의 빛을 함께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 두 가지를 어떻게 막는지가 바로 SPF와 PA라는 숫자에 담겨 있다.
SPF — UVB를 얼마나 막느냐
SPF는 'Sun Protection Factor'의 약자로, 주로 UVB 차단력을 나타낸다. 흔히 'SPF30을 바르면 아무것도 안 바른 것보다 30배 오래 버틴다'고 설명하지만, 시간 개념으로 받아들이면 오해가 생긴다. 사람마다, 그날의 햇빛 세기마다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더 정확한 이해는 '차단 비율'이다. SPF15는 UVB를 약 93%, SPF30은 약 97%, SPF50은 약 98% 차단한다. 숫자가 두 배라고 차단력이 두 배가 되는 게 아니라, 일정 수준을 넘으면 상승폭이 완만해진다는 점이 핵심이다.
그래서 일상생활에는 SPF30 안팎이면 충분하고, 장시간 야외활동이나 물놀이처럼 땀·물에 계속 노출되는 상황에서 SPF50 전후를 택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무조건 높은 숫자가 좋은 게 아니라, 상황에 맞는 숫자가 좋은 것이다.
PA — UVA를 얼마나 막느냐
SPF 옆에 붙은 PA는 'Protection grade of UVA'로, 이름 그대로 UVA 차단 등급이다. 플러스(+) 개수로 표시하며 PA+, PA++, PA+++, PA++++ 네 단계로 나뉜다. 플러스가 많을수록 UVA 방어력이 강하다고 보면 된다.
앞서 말했듯 UVA는 광노화의 원인이므로, 피부 탄력과 잡티가 신경 쓰인다면 SPF 숫자만큼이나 PA 등급도 함께 챙겨야 한다. 실내 근무가 많더라도 창가 자리이거나 운전을 자주 한다면 PA+++ 이상을 고르는 편이 낫다.
정리하면 SPF는 '따갑게 타는 것'을, PA는 '서서히 늙는 것'을 막는 표시다. 둘 중 하나만 높은 제품보다, 두 지표가 생활에 맞게 균형 잡힌 제품이 실속 있다.
유기자차와 무기자차, 무엇이 다를까
선크림은 자외선을 막는 방식에 따라 크게 둘로 나뉜다. 무기자차(물리적 차단)는 산화아연·이산화티타늄 같은 성분이 피부 위에서 자외선을 반사·산란시킨다. 자극이 적어 예민한 피부나 아이에게 무난하지만, 예전 제품은 하얗게 뜨는 '백탁 현상'이 단점이었다. 요즘은 많이 개선됐다.
유기자차(화학적 차단)는 성분이 자외선을 흡수해 열로 바꿔 내보낸다. 발림성이 좋고 산뜻하지만, 일부 성분이 예민한 피부엔 자극이 될 수 있다. 두 방식을 섞은 '혼합자차'도 흔하다.
정답은 없다. 피부가 예민하면 무기자차 위주로, 산뜻한 사용감을 원하면 유기자차 위주로 고르되, 처음 쓰는 제품은 팔 안쪽에 소량 발라 하루 정도 반응을 살핀 뒤 얼굴에 쓰는 습관을 들이면 실패가 줄어든다.
아무리 좋은 선크림도 '양'과 '덧바름'이 반이다
여기서부터가 지인이 코끝을 태운 진짜 이유다. 대부분의 사람은 선크림을 표시된 차단력의 절반도 안 되게 바른다. 실험에서 권장되는 양은 얼굴 기준 대략 검지와 중지 두 마디 길이 정도인데, 이보다 얇게 바르면 SPF50을 발라도 실제 효과는 뚝 떨어진다.
또 하나, 선크림은 시간이 지나면 땀과 피지에 씻겨 나간다. 야외활동이 길다면 2~3시간마다 덧발라야 처음의 차단력이 유지된다. 물놀이 뒤에는 방수 제품이라도 수건으로 닦은 다음 다시 발라 주는 게 좋다.
| 상황 | 권장 SPF/PA | 덧바름 |
|---|---|---|
| 실내·짧은 외출 | SPF30 / PA++ 이상 | 필요 시 |
| 일상 야외활동 | SPF30~50 / PA+++ | 2~3시간마다 |
| 물놀이·장시간 야외 | SPF50 / PA++++ | 물기 제거 후 수시로 |
마무리 — 숫자보다 습관이 피부를 지킨다
정리하면, SPF는 UVB(화상)를, PA는 UVA(노화)를 막는 표시이고, 생활 패턴에 맞춰 두 지표의 균형을 보는 것이 첫걸음이다. 그리고 아무리 등급 높은 제품도 충분히, 그리고 자주 덧발라야 제 몫을 한다. 화장대 위 작은 글씨를 한 번만 제대로 읽어 두면, 다음 여름엔 코끝이 빨개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피부 반응이나 특정 질환이 있는 경우엔 성분을 꼼꼼히 확인하고, 필요하면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하길 권한다. 오늘 저녁, 쓰던 선크림 뒷면을 한번 뒤집어 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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