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수학 시간에 스쳐 지나갔던 '복리'라는 단어를, 어른이 되어 통장 잔고를 보며 다시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아인슈타인이 복리를 두고 "세계 8대 불가사의"라 했다는 말은 출처가 분명치 않은 일화지만, 그만큼 복리의 힘이 직관을 벗어난다는 점은 분명하다. 오늘은 특정 상품을 권하려는 게 아니라, 복리가 작동하는 원리 자체를 차분히 들여다본다.

단리와 복리, 한 글자 차이의 세계

원리는 단순하다. 단리는 처음 넣은 원금에 대해서만 이자가 붙는다. 복리는 이자에 다시 이자가 붙는다. 이 한 끗 차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어마어마하게 벌어진다.

예를 들어 100만 원을 연 5%로 굴린다고 해 보자. 단리라면 매년 꼬박꼬박 5만 원씩 늘어 10년 뒤 150만 원이 된다. 복리라면 첫해 5만 원, 둘째 해엔 105만 원의 5%인 5만 2,500원, 이런 식으로 이자가 새 원금에 올라타 10년 뒤 약 163만 원이 된다.

복리의 본질은 '이자가 일을 해서 또 다른 이자를 데려오는 것'이다. 돈이 스스로 새끼를 치는 구조다.

10년에 13만 원 차이가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기간이 길어지고 금액이 커질수록 격차는 가속도가 붙는다.

72의 법칙 — 머릿속으로 두 배 시점 가늠하기

복리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유명한 도구가 '72의 법칙'이다. 72를 연이율로 나누면, 원금이 두 배가 되는 데 걸리는 햇수가 대략 나온다.

연이율두 배 되는 기간(72÷이율)
3%24년
6%12년
9%8년
12%6년

이율이 두 배가 되면 두 배 되는 기간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반대로 말하면, 낮은 이율에서는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표가 알려 주는 진짜 교훈은 '높은 수익률을 좇으라'가 아니라, 시간과 이율이 함께 곱해진다는 사실이다.

시간이라는 가장 큰 변수

복리에서 가장 과소평가되는 요소는 의외로 '시간'이다. 같은 돈, 같은 이율이라도 일찍 시작한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마지막 몇 년 동안 불어나는 금액이, 처음 여러 해 동안 쌓인 것보다 클 때가 많기 때문이다. 눈덩이를 굴릴 때 처음엔 더디다가 어느 순간 손쓸 수 없이 커지는 장면을 떠올리면 된다.

이 원리는 빚에도 똑같이, 그러나 반대 방향으로 적용된다. 갚지 않은 이자에 다시 이자가 붙는 고금리 대출은 복리가 나를 향해 굴러오는 눈덩이가 된다. 복리를 이해한다는 건 자산을 불리는 법뿐 아니라, 빚이 왜 그렇게 무섭게 불어나는지를 함께 아는 일이다.

숫자 너머에 있는 것

물론 현실의 복리는 교과서처럼 매끈하지 않다. 물가가 오르면 이자의 실질 가치는 깎이고, 세금도 떼인다. 명목상 5% 수익이 나도, 물가가 4% 오르면 실제로 늘어난 구매력은 1%에 가깝다. 그래서 수익률을 볼 때는 '물가를 뺀 실질 수익'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복리는 마법이 아니라 시간의 함수다. 빠른 길이 아니라 꾸준함이 시간과 만났을 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원리다. 무엇에 어떻게 돈을 둘지는 각자의 사정과 판단의 몫이지만, 적어도 복리라는 개념을 손에 쥐고 있으면 숫자를 보는 눈이 한결 또렷해진다. 오늘 가계부를 펼친다면, 불어나는 칸과 새어 나가는 칸 양쪽 모두에서 복리가 조용히 일하고 있음을 떠올려 보시길.

이 글은 금융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정보이며, 특정 상품이나 투자에 대한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