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체육관 2층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던 한 팬이 옆자리 친구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저 선수는 외국인인데 왜 외국인 선수 자리에 안 들어가?" 코트 위에는 분명 국적이 다른 선수가 둘이나 서 있었다. 규정을 모르면 헷갈릴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프로배구를 오래 본 사람에게도 요즘 V리그의 선수 구성 규칙은 꽤 복잡하다. 게다가 리그가 앞으로 몇 시즌에 걸쳐 이 규칙을 크게 바꾸기로 하면서, 코트 위 풍경 자체가 달라질 예정이다. 오늘은 경기 기술이나 관전 포인트가 아니라, 그 경기를 만들어내는 '제도'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이걸 알고 나면 이적 뉴스와 트라이아웃 기사가 전혀 다르게 읽힌다.

스포츠는 코트 위에서 벌어지지만, 승부의 절반은 규정집 안에서 이미 결정돼 있다.

코트 위 '외국인'이 두 종류인 이유

V리그에는 국적이 한국이 아닌 선수를 데려오는 통로가 두 개 있다. 하나는 우리가 흔히 '용병'이라 부르던 외국인 선수, 다른 하나는 아시아쿼터 선수다. 이름은 비슷해 보여도 뽑는 방식도, 받는 돈도, 팀 안에서의 역할도 다르다.

외국인 선수는 오랫동안 리그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가진 자리였다. 팀당 한 명뿐이라 대부분 공격을 책임지는 아포짓이나 아웃사이드 히터가 들어왔고, 이 한 명의 컨디션에 팀 순위가 통째로 흔들리는 일도 잦았다. 반면 아시아쿼터는 아시아배구연맹 소속 국가의 선수를 대상으로 하는 별도 자리로,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 조건에서 출발했다.

이 구분이 생긴 배경은 단순하다. 리그 수준을 끌어올리면서도 국내 선수의 출전 기회를 지나치게 빼앗지 않으려는 균형점을 찾으려 한 것이다. 자리를 무제한으로 열면 경기 수준은 오를지 몰라도, 국가대표를 길러낼 토양이 얇아진다. 반대로 너무 걸어 잠그면 리그가 정체된다. 배구뿐 아니라 거의 모든 아시아 프로리그가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2026~2027시즌부터 달라지는 것들

한국배구연맹(KOVO)이 이사회를 통해 확정한 내용에 따르면, 변화는 두 단계로 나뉘어 적용된다. 먼저 2026~2027시즌부터 적용되는 항목들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아시아쿼터의 자유계약 전환이다. 그동안 아시아쿼터는 트라이아웃을 열어 지명 순번대로 뽑는 방식이었는데, 이제 구단이 직접 선수와 협상해 계약할 수 있게 된다. 구단 입장에서는 필요한 포지션을 정확히 겨냥할 수 있고, 선수 입장에서는 자신을 원하는 팀을 고를 여지가 생긴다.

또 하나는 교체 시한 제한이다. 이전에는 시즌 도중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 비교적 늦게까지 외국인 선수를 갈아치울 수 있었다. 새 규정에서는 정규리그 5라운드까지만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를 교체할 수 있다. 시즌 막판에 갑자기 새 얼굴을 투입해 순위 싸움 판을 흔드는 일을 막겠다는 취지다.

여자부에서는 샐러리캡 관련 조정도 함께 이뤄진다. 개인이 받을 수 있는 상한 금액이 이전보다 낮아지는 방향인데, 몇몇 스타 선수에게 자금이 쏠려 팀 전체 전력 구성이 어려워지는 문제를 줄이려는 조치로 읽힌다. 다만 세부 금액과 옵션 구조는 시즌별로 다시 조정될 수 있으니, 정확한 수치는 리그 공식 발표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2027~2028시즌, 코트 위 외국인 '3명' 시대

더 큰 변화는 그다음 시즌에 온다. 2027~2028시즌부터 남자부는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가 1명에서 2명으로 늘어나고, 아시아쿼터 1명은 그대로 유지된다. 여자부는 반대로 아시아쿼터가 1명에서 2명으로 늘고 외국인 선수는 1명을 유지한다.

계산해보면 남녀 모두 한 팀에 국적이 다른 선수가 최대 3명까지 코트에 설 수 있다는 뜻이다. 배구 한 팀이 코트에 6명을 세우는 종목이라는 걸 떠올리면, 이게 얼마나 큰 변화인지 감이 온다. 절반이 외국 국적 선수인 라인업도 이론상 가능해지는 것이다.

연봉 조건도 자리별로 다르게 설계됐다. 남자부의 경우 기존 외국인 선수 자리는 1년차 40만 달러·2년차 이후 55만 달러 수준이고, 새로 늘어나는 두 번째 외국인 선수 자리는 이보다 낮은 1년차 15만 달러·2년차 17만 달러 선으로 구분된다. 아시아쿼터는 1년차 12만 달러·2년차 15만 달러 선이다. 자리마다 값을 다르게 매겨 특정 선수 한 명에게 예산이 몰리는 구조를 완화하려는 설계다.

구분성격대략적 연봉 기준(작성 시점)
외국인 선수 1기존 주포 자리1년차 40만 달러 / 2년차 55만 달러
외국인 선수 22027~28시즌 신설(남자부)1년차 15만 달러 / 2년차 17만 달러
아시아쿼터아시아권 선수 대상1년차 12만 달러 / 2년차 15만 달러

왜 문을 더 여는 걸까

리그가 외국 선수 비중을 늘리는 데는 몇 가지 현실적인 이유가 겹쳐 있다.

첫째, 경기력과 흥행이다. 프로 스포츠는 결국 표를 파는 산업이다. 랠리가 길어지고 강타가 자주 나올수록 중계 화면이 살고, 화면이 살아야 스폰서와 중계권 수익이 따라온다. 실력 있는 선수를 더 들이는 건 가장 직접적인 처방이다.

둘째, 선수 수급 구조다. 국내 배구 인프라는 학교 팀 수 자체가 줄어드는 흐름에 놓여 있다. 매년 드래프트에 나오는 선수 풀이 두꺼워지지 않는 상황에서, 팀 수는 유지하거나 늘려야 한다면 외부 수혈은 불가피한 선택이 된다.

셋째, 아시아 시장이다. 아시아쿼터로 들어온 선수들이 자국에서 인기 스타인 경우가 많다. 그 선수를 보려고 해외 팬이 온라인 중계를 켜면, 리그는 국내 시청층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던 수요를 얻는다. 실제로 몇몇 아시아쿼터 선수의 경기 하이라이트는 국내 조회수보다 해외 조회수가 더 높게 나오기도 했다.

물론 반대 목소리도 분명하다. 국내 선수가 설 자리가 줄면 대표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우려다. 특히 공격 포지션은 외국 선수에게 밀리기 쉬워, 국내 아포짓이 클 기회를 잃는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리그가 자리별 연봉을 차등하고 교체 시한을 두는 것도 이런 우려를 일부라도 상쇄하려는 장치로 볼 수 있다.

팬으로서 이 변화를 즐기는 법

제도를 알면 시즌을 보는 재미가 하나 늘어난다. 몇 가지만 기억해두면 좋다.

  • 비시즌 뉴스가 재밌어진다. 트라이아웃 지명 순번, 아시아쿼터 자유계약 소식은 그 팀의 다음 시즌 밑그림이다. 어떤 포지션을 채웠는지 보면 감독이 무슨 그림을 그리는지 읽힌다.
  • 5라운드가 분수령이 된다. 교체 시한이 정해졌으니, 부진한 외국인 선수를 안고 갈지 바꿀지 결정하는 시점이 앞당겨진다. 겨울 중반의 트레이드·교체 뉴스를 눈여겨보자.
  • 국내 선수의 성장 곡선을 따라가 보자. 외국 선수가 늘어난 환경에서도 자리를 지켜내는 국내 선수가 있다면, 그 선수는 다음 대표팀의 기둥이 될 가능성이 크다.
  • 여자부와 남자부를 다른 눈으로 본다. 늘어나는 자리가 서로 다르니, 두 리그의 전술 색깔도 다르게 변해갈 것이다.

마무리하며

정리하면 이렇다. 2026~2027시즌에는 아시아쿼터 자유계약 전환과 5라운드 교체 시한이 생기고, 2027~2028시즌부터는 남자부 외국인 선수가 2명, 여자부 아시아쿼터가 2명으로 늘어 팀당 외국 국적 선수가 최대 3명까지 코트에 설 수 있게 된다. 연봉은 자리별로 차등을 둬 예산 쏠림을 줄였다.

숫자와 규정만 늘어놓으면 딱딱하지만, 결국 이 모든 조정은 하나의 질문에서 나온다.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는 경기를, 더 오래 볼 수 있을까. 리그도 답을 찾는 중이고,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다.

세부 규정과 금액은 이사회 결정에 따라 다시 바뀔 수 있으니, 정확한 내용은 한국배구연맹의 공식 발표를 확인하는 게 가장 확실하다. 그래도 큰 틀을 알고 나면, 올겨울 체육관 2층에서 누가 "저 선수는 왜 저기 있어?"라고 물었을 때 웃으며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작은 아는 척이, 사실은 한 시즌을 더 사랑하게 만드는 시작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