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5분, 점심 먹으러 나간 10분. 별것 아닌 것 같은 그 시간이 1년, 5년 쌓이면 피부에 고스란히 남는다. 자외선은 흐린 날에도, 실내 창가에서도 들어온다. 그래서 선크림은 '여름에 바닷가 갈 때 챙기는 것'이 아니라 매일 아침 세수 다음에 오는 기본 단계에 가깝다.

문제는 종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SPF50+, PA++++, 무기자차, 톤업, 스틱형… 광고 문구만 봐서는 뭘 골라야 할지 감이 안 온다. 이 글에서는 숫자의 뜻부터 피부 타입·상황별 선택 기준까지, 오래 쓸 한 통을 고르는 법을 정리했다. (제품별 성분·표기는 작성 시점 기준이며, 자세한 사항은 제품 뒷면 전성분과 공식 안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SPF와 PA, 숫자가 클수록 좋은 걸까

포장 앞면에 큼직하게 박힌 SPF와 PA는 서로 다른 자외선을 막는 지표다. SPF는 주로 피부를 붉게 태우고 화상을 일으키는 UVB를 얼마나 막는지를 나타낸다. 숫자가 클수록 차단 시간이 길다는 의미지만, 차단율 자체는 SPF30이 약 97%, SPF50이 약 98%로 생각만큼 크게 벌어지지 않는다.

PA는 피부 속까지 파고들어 색소침착과 노화를 부르는 UVA 차단 정도를 +기호로 표시한다. PA+부터 PA++++까지 있고, +가 많을수록 UVA 방어력이 높다.

중요한 건 숫자 자체가 아니라, 그 숫자가 유지되도록 '충분히' 그리고 '다시' 바르는 습관이다.

실험실에서 측정하는 SPF 수치는 피부 1㎠당 2mg이라는 꽤 두꺼운 양을 바른 기준이다. 실제로 우리가 바르는 양은 그 절반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SPF50+ 제품이어도 얇게 한 번 바르고 끝내면 표기된 방어력의 절반도 못 낸다. 그래서 '가장 높은 숫자'를 찾기보다, 얼굴 전체에 부담 없이 넉넉히 펴 바를 수 있고 두세 시간마다 덧바르기 싫지 않은 제형을 고르는 편이 실전에서는 더 낫다.

유기자차와 무기자차, 뭐가 다를까

선크림은 자외선을 막는 방식에 따라 크게 둘로 나뉜다.

유기자차(화학적 차단)는 자외선을 흡수해 열로 바꿔 내보낸다. 발림성이 좋고 하얗게 뜨는 백탁 현상이 적어 산뜻하다. 대신 성분에 따라 눈시림이나 자극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무기자차(물리적 차단)는 산화아연·이산화티타늄 같은 성분이 자외선을 반사·산란시킨다. 자극이 적어 민감성 피부나 아이에게 무난하지만, 예전 제품은 백탁이 심하고 뻑뻑했다. 요즘은 입자를 미세하게 만든 제품이 많아 이 단점이 많이 줄었다.

둘을 섞은 혼합자차도 흔하다. 정답은 없다. 피부가 예민하면 무기자차나 혼합자차를, 산뜻함과 무백탁이 중요하면 유기자차를 우선 보되, 결국은 내 피부에 발랐을 때 자극이 없고 매일 바르고 싶은 느낌인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피부 타입별로 고르는 기준

피부 타입우선 볼 것피하면 좋은 것
지성·복합성산뜻한 젤·수분 제형, 무광(매트)지나치게 유분 많은 크림 타입
건성보습 성분 함유 크림 제형알코올 함량 높아 당기는 제품
민감성무기자차·저자극, 향료 최소자극 잦은 유기 차단 성분 다량

지성 피부라면 바른 뒤 얼굴이 번들거리지 않는 젤·워터 타입이 편하다. 건성 피부는 반대로 겉돌지 않고 촉촉하게 밀착되는 크림 제형이 낫다. 민감성 피부는 신제품을 얼굴에 바로 쓰기 전에 팔 안쪽에 하루 정도 발라 반응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실패를 줄일 수 있다.

상황별로 다르게 챙기기

매일 출퇴근하고 실내에 오래 있는 사람이라면 SPF30~50, PA+++ 정도의 산뜻한 제품 한 통으로 충분하다. 오히려 부담 없어야 매일, 넉넉히 바르게 된다.

반면 땀을 많이 흘리는 야외 활동이나 물놀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때는 SPF50+, PA++++에 내수성(워터프루프) 표기가 있는 제품을 고르고, 물에 들어갔다 나오거나 땀을 닦은 뒤에는 반드시 다시 바른다. 아무리 좋은 워터프루프도 수건으로 문지르면 상당 부분 지워진다.

운전을 오래 하거나 창가 자리에서 일한다면 UVA를 잘 막는 PA 등급이 특히 중요하다. UVA는 유리창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덧바르기 번거로운 낮 시간에는 파우더형·스틱형 선제품을 화장 위에 톡톡 얹는 방법도 실용적이다.

오래 쓸 한 통을 고르는 마지막 체크

가격표보다 먼저 봐야 할 건 뒷면이다. 전성분에서 내가 과거 자극을 느낀 성분이 없는지, 유통기한과 개봉 후 사용기간(보통 뚜껑 그림 옆 숫자)이 넉넉한지 확인한다. 향에 민감하다면 무향·저향 제품이 마음 편하다.

무엇보다 '다시 바르기 싫지 않은 제형'이 가장 좋은 선크림이다. 두껍고 답답하면 아무리 고사양이어도 하루 한 번에서 끝나고, 그러면 표기 숫자는 의미가 없어진다.

정리하면 이렇다. SPF는 차단 시간, PA는 UVA 방어력을 뜻하고, 숫자보다 중요한 건 충분한 양과 덧바름이다. 피부 타입엔 제형을, 상황엔 내수성과 등급을 맞추면 된다. 오늘 아침 로션 다음 한 단계, 딱 그만큼의 습관이 몇 년 뒤 거울 앞에서 크게 갚아진다. 너무 비싼 걸 찾기보다, 매일 손이 가는 편한 한 통을 곁에 두시길.